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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양해가 아닌 명령을 내려 놓고 시트 밑에서 운동화를 꺼내 덧글 0 | 조회 112 | 2021-05-02 13:52:29
최동민  
그녀는 양해가 아닌 명령을 내려 놓고 시트 밑에서 운동화를 꺼내 갈아신었다. 그가 먼저 내려 매표소 쪽으로 몸을 돌리려 하자 그녀가 제지했다.그녀는 혹시나 싶어 그 많은 여자들을 일일이 넘겨가며 확인했다. 행여 자신의 육체도 서랍 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러던 도중에 다행스럽게도 엘리베이터의 경종을 감지하고 되돌아나왔던 거였다.『그러면 뭐 하니. 난 그냥 저 사람의 비밀만 엿볼 뿐이고, 저이는 제멋대로 즐기는 건데.』 희수는 상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삼십 분도 채 흐르지 않았는데, 식탁 위엔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야참상이 차려졌다. 장국죽과 런천미트 피카타, 팽나무 버섯국이 메뉴였다.그녀는 고향 바이칼 호수의 여름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초원에서 이런 향기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여자는 긴 생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나른한 피곤기를 느꼈다. 소미의 아파트에서 만난 여자들과 비슷한 내음을 맡은 것이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그는 참담했다. 그러나 그 참담함 속에서도 의구심의 싹이 고개를 내밀었다.『버스를 타야겠어요.』패션 정보, 요리, 육아, 취미, 교양, 건강 등등 여성 방송국이 다룰 주제는 다양했지만 Wnet의 고위층에서는 ‘성문제’를 가장 중요한 아이템으로 인식했다.은영은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그는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댔고 손에서 뭔가를 찾아내고 말겠다는 듯 촬영에 열중했다.『일본어를 아세요?』『아예 화장도 좀 고치지 그래?』남자는 어둠 속에서 병째로 생수를 들이키고 있었다.『아무에게나 보여 주기 힘든 곳을 은영이는 내게 보여 주었어. 그 마음을 받은 것만으로도 족해. 그 아름다움을 나만의 렌즈를 통해 포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고.』방송작가 정희수는 일곱 시 FM 방송의 오프닝 멘트를 쓰기 위해 방송국 5층 스튜디오 복도에서 조간신문을 뒤적이다 ‘카사노바’ 사건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 사건을 원고화하기로 결심한 상태에서 자판기의 블랙 커피를 무려 세 잔이나 마시고 있는
『자꾸 그러면 나 도망간다!』『거긴 작업실이야. 비울 때가 더 많지.』『앞으로 연화한테는 딴 맘 먹지 마.』『자기 자신한테 분노를 느끼는 거겠지. , 저 바깥 하늘 좀 봐.』그렇다면 이 사람은 밤새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오연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를 맞았다.상미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시동을 걸었다.그는 다시 배꼽 쪽으로 입술의 방향을 옮겼다. 그제야 하반신의 근육들이 스르르 이완됐다. 그는 다시 배꼽을 반환점으로 유턴해서 치골에 상륙했다. 마찬가지로 쥰꼬의 두 다리에 비상이 걸렸다.『은비 어머니와도 잘 알구요. 지금도 가끔 찾아갑니다.』서초동의 비즈니스맨 클럽 ‘케사르’.중학생 무렵 발육이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납작한 가슴, 그 민둥산에 민망할 정도로 부풀어오른 유두의 돌기, 툭 튀어나온 쇄골, 한 팔로도 감고 남을 정도의 연약한 허리. 그러나 엉뚱하게도 엉덩이와 허벅지는 살집이 좋았다.망연자실하게 트럭의 꽁무니를 바라보던 희수가 다시 아스팔트를 걷기 시작했을 때, 태양은 이미 지평선 너머로 떨어졌고 선홍빛 노을이 펄럭이고 있었다.『피곤하지 않으세요? 계속 잠을 못 자셨을 텐데.』 아녜요, 그냥 어쩌다 그렇게 된 건데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카사노바가 생존했던 시대의 유럽 성풍속도가 의외로 자유로웠던 건 아닐까요?』일권은 습작 소설 보따리를 펼쳐 4,000매에 달하는 원고를 읽고 있었다. 도시의 집시로 방랑하던 6년 세월이 농축된 원고들. 그 낱장의 행간마다에 은비의 기억이 묻어 있었다.그때처럼 침묵으로 황혼을, 어둠을 지새울 수는 없었다.그러면서도 TV 드라마는 잘도 써 왔다. 특히 단막극에서 희수는 이런 저런 사랑의 이야기들을 감칠맛 나게 묘사하곤 했었다. 원래 사랑을 겪어 않은 허풍의 로맨티스트가 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꾸며내는 법이었다.『은비를 전부터 잘 알았나요?』그 파문이 달빛에 일렁이며 멀리 퍼져가고 있었다.희수는 잔기침으로 목청을 가다듬고 스튜디오의 철문을 밀고 들어갔다.『죄송해요. 제가 알고 있다는 얘기는 아녜요. 그날 우연히 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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