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움찔하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익숙하지 않아 잘 안보이는 모양이었다.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켜 내 얼굴을 잘 볼 수 있는 채광창 쪽으로 고개를 디밀고 말해주었다.보너스를 나누어 본봉에 더하면 월 80만원 정도 됩니다.신은 카인을 용서하였지만 인간들은 카인을 용서하지 않았어. 마찬가지로법과 제도가 어떤 불합리한 관례의 폐지를 선언했다고 해서 그 희생자들이 바로 오랜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그 이상 당신들의 성경이 말하는 그 카인의 표지가 우리에게도 필요해. 단순한 관용의 제스처로서가 아니라 또다시 우리에게 불리를 입히는 자는 그 일곱 배의 보복을 당하리라는 어떤 강력한 보장이 있어야 해.물론 지금 지적한 두 가지는 법관의 양형때에 충분히고려되는 것으로 알고 있소. 하지만 나는 그것을 법관에만 맡기지 말고 어떤 객관적인 기준을 주자는 것이오.“어제 저녁 최종 점검 때 충분히 충전된 것으로 갈았읍니다.”교도관이 갑자기 풀린 표정으로 그런 김광하씨에게 물었다.그것이 급보를 받고 달려온 수비대장에게 당신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아마도 그때의 헌병대장은 무척 사려 깊은 사람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는 분노하시는 교리 어른을 무마하려고 애쓰며 오히려 도로 기사에게 다시 생각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일개 소대의 정예한 수비대에게 기껏 도끼나 쇠스랑으로 무장한 백여명의 민병이 두려운 것은 결코 아니었으리라. 국도는 결국 어림대를 멀찌감치 돌아서 갔다.사군자에 있어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를테면 난을 칠 때에도 손수 임사한 석파난권 한 권을 내밀며 말했다.조서를 받는 경찰은 그렇게 노골적으로 이죽거리다가도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더 없느냐?”“내사 보이보니 무죄다. 암만 생각해도 그건 죄가 아닌기라.”그러면 그렇지거기다가 나는 또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한민국이 세운 국민학교에 입학했고, 그 뒤 올해로 꼭 오십년째 대한민국 정부의 국민형성교육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따위 아버지가 도대체 어쨌다는 겁니까? 왜 당신들은 스스로를,
심소위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태연한 얼굴로 건들거리며 다가왔다.1987년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제11회 이상 문학상 수상그 산 역시 자신이 한번도 성공이라는 것을 맛 못한 저 아래의 거대한 도시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그만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들어 부쩍 압박감을 주는 아내가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지 서른 아홉평에 건평 열 일곱평의 내집이라는 공간은 그에게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마음편한 곳이었다.드디어 이중위도 분통이 터지고 말았다.나중에 경찰서장까지 지낸 순사아재라고 불리던 친척이 어디선가 나타나 할머니를 달래는 말이었다.그러고 보면 조금전 그 막노동자 풍의 사내들을 애처럽게 만든 맥주와 통닭은 그녀들의 염치없는 먹성과는 무관한 셈이었다. 그게 다시 그의 여린 감상을 건드렸지만 그는 술기운을 빌어 묻기를 계속했다.“걱정 마십쇼. 저런 치들은 한번 본때를 뵈야 해요. 약하게 뵈면 끝이 없읍니다.”“그가 그년을 죽였던 거요.”잘 모르겠어요. 단신 무슨 지피는 일 없으세요?“물론이오, 친구. 당신은 충적세 후기를 사는 한 마리의 병든 원숭이오.”과일즙이라도 좀 내올까요.“아버님,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아메 틀림없을 낍니더. 우야믄 더할지도 몰라요. 하기사 전맨치로 한 마실에서 서로 쥑이고 살리는 일은 없겠지만 남북끼리는 틀림없이 그때보다 더 심할 낍니더. 생각해 보이소. 요새 아들 빨갱이라카믄 이마에 뿔돋고 입에는 피를 철철 흐리는 괴물로 압니더. 절마들이라고 다를 리 있읍니꺼? 몇십년 동안 서로 미워할 것만 가르쳐 놨으니, 만약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참말로 인정사정 안볼 낍니더.그러나 그늘그늘에서 술마시는 숫자로는 젊은이들도 결코 그런 패들에 지지 않았다. 그들은 깡술에 뒤틀리는 내장 탓인지 하얗게 질린 채 수없는 노래를 미친개처럼 짖어댔고, 너무 젊어서 괴롭다는 듯 하염없이 몸을 비틀고 있었다. 개중에는 산발에 알 카포넨가 뭔가 하는 도둑놈 두목이나 썼음직한 무지막지하게 큰 색안경을 낀 녀석들도 끼어 있었는데,